노들섬에 있는 코오롱FnC의 래코드 작업실 건물이에요.

좀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2016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매일 매일 쏟아지는 의류 쓰레기의 양이 259톤이나 된다고 해요. 2008년 162톤 정도였고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 주범을 '패스트패션'에서 찾고 있어요. 빨리 많이 만들고 소비자는 쉽게 구매하고 쉽게 버리면서 의류 쓰레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이에요. 제품을 많이 만들면 필연적으로 제품에 쓰이는 자원이 많이 소모되겠죠? 합섬의류가 대부분인 의류산업의 특성상 탄소배출량도 늘어나게 되고 염색 등에 쓰이는 물도 많이 필요하고. 악순환이죠. 지금처럼 옷을 소비한다면 2050년에는 패션산업이 전 세계 탄소 소비량의 4분의 1을 차지할 거라는 얘기도 있어요.

여긴 작업실과 붙어 있는 체험 실습장 같은 곳이에요. 일반 시민들 대상 체험 프로그램도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최근에는 운영을 못한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버려지는 의류 쓰레기의 약 1% 정도만 재활용되고 있대요. 의류 쓰레기는 재활용이 참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한 가지 옷감으로만 옷을 만들면 그나마 재활용이 쉬울텐데 옷에는 단추도 있고, 지퍼도 있고, 끈도 달려있고. 가죽과 천연소재와 합섬소재가 섞여 있는 옷도 있죠. 옷을 재활용하려면 이 아이들을 전부 떼어 내서 따로 분류해야 하는데 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니 순수하게 사람의 힘으로만 해야 한대요. 비용이나 효율면에서 불가능하다는 거죠. 의류 쓰레기만 줄여도 지구가 병들어 가는 걸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을 거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에요.

건물을 지을 때 설계도가 필요하죠. 옷을 만들 때도 이와 비슷한 디자인 설계도가 필요해요.

오늘 소개해 드릴 코오롱FnC의 래코드는 2012년에 시작됐어요. 햇수로 10년째네요. 그래서 패션에 민감하신 분들에게는 잘 알려진 브랜드더라구요. 그러나 에디터는 '패알못'. 홈페이지에 올려진 제품들을 보면 에디터에게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이며 심지어 '아방가르드(전위적)'한 느낌마저 들게 했어요. 옷들을 살펴보다 보니 '그럼 이 옷들은 어떻게 만드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코오롱FnC에 연락을 드려 래코드의 제품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살펴볼 수 있냐고 여쭤봤어요. 흔쾌히 괜찮다고 하셨어요.

디자이너님께서 만드신 가봉을 재단사님과 함께 마네킹에 입혀보고 계셔요. 이제 시제품을 만들기 위한 설명을 시작하실 거에요.

래코드는 한강 노들섬에 있어요. 노들섬이 이렇게 바뀌어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한 때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이 있어서 그때 환경단체들이 엄청 반대했었는데요. 그 이후로 처음이었어요. 노들섬에 가려면 자동차를 이용하면 한강 둔치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10분 정도 걸어가시면 되는데요. 버스가 노들섬 앞까지 오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나을 것 같더라구요.

코오롱FnC 홍보팀에서 나오신 분이 친절하게 래코드 작업장 내부를 소개해주셨어요. 이날은 코오롱스포츠에서 재고품이 들어오는 날이었어요. 보통 의류는 당장 팔리지 않아도 3년 정도는 재고로 남겨둔다고 해요. 아침부터 무척 바쁜 모습이었는데요. 제가 방문한 시간이 오전 8시 30분쯤이었는데 벌써 작업을 준비하고 계셨어요.

디자이너 쌤께서 일방적으로 새로운 옷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아요. 재단사님과 계속 의견을 나누고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내시더라구요.

래코드의 제품개발은 먼저 어떤 재고 의류가 들어오는지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서 디자인을 고안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디자이너 '쌤'께서 들여오는 옷의 색이나 옷감의 특성에 따라 먼저 디자인을 하세요. 기성복의 경우에는 디자인을 한 대로 필요한 재료를 찾지만 래코드는 재료를 먼저 보고 거기에 맞춰 디자인을 하는 거죠. 그래서 좀 더 만들기가 어렵고 고민을 많이 하셔야 한대요. 옷의 전반적인 모양은 물론 재고 의류의 어떤 부분을 잘라서 새로운 옷의 어디에 사용할지 등을 미리 다 고민하세요. 종이로 실제 크기와 모양처럼 만들어 놓아요.

디자인이 완성되면 디자이너께서 재단하시는 '쌤'에게 설명을 하셔요. 꽤 오랜 시간 동안 설명을 하세요. 재단사분께서 디자이너께 질문도 하고 이를 다시 설명하고, 서로 의견을 묻고. 시제품을 직접 만드시는 분이 재단사 쌤이신 만큼 디자이너 쌤도 의견을 많이 듣고 결정하시더라구요.

가봉한 옷에 초크로 표시를 하고 계시네요. 이렇게 필요한 정보를 적어두고 시제품 만드는데 반영하세요.

💡디자이너 : 앞면은 5조각으로 돼 있어요. 뒤에는 통으로 돼 있는데 뒤에도 5조각이에요. 패턴을 다시 정리해 놨는데 여기 G라고 표시돼 있는 부분이 (재고 의류를 가르키면서) 이 옷으로 들어가는 부분이고, B라고 적힌 부분은 형광 원단으로 들어가요. 이렇게 돌아가서 세 조각은 B구요. 🧵재단사: 허리 부분 고정은 어떻게 할 거에요? 💡디자이너 : 그게 고민이에요, 선그립으로 하면 고정이 될까요?

재고품 옷의 어느 부분을 잘라야 할 지까지도 얘기해 주시더라구요. 재고품이라고 하더라도 코오롱스포츠에서 만든 옷이 상당히 고가인 만큼 허투루 쓰면 안되겠죠. 기존 제품의 디자인을 그대로 살려 새로운 옷에 붙여놓기도 해요.

코오롱 스포츠의 재고품이에요. 이 옷도 결코 싸지 않은데, 래코드 컬렉션을 만들기 위해 옷감으로 사용할 거에요. 디자이너 쌤은 실제 수치가 반영된 종이를 가져와서 어느 부분을 새 옷에 사용할지 말씀해 주셨어요.

💡디자이너 : 이 옷(상의)을 잘라 써야 하는데 이 주머니는 사용할 수 있게 자르셔야 해요. 🧵재단사 : (자르는 선이) 이 정도 올라가도 되요? 위 포켓이 조금 나오게. 💡디자이너 : 네. 그건 상관없어요. 아. 전 그게 더 좋을 거 같아요.

아, 10분 이상 설명하시길래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안감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계셨어요.

💡디자이너: 안감이 고민이에요. 안감이 전체로 들어가는 게 나은지, 부분으로 들어가는 게 나은지. 형광으로 들어가면 비쳐서 검은색으로 해야 할 듯한데, 안감도 쪼개서 들어가야 할까요? 안감을 아예 없애는 것도 생각해봤어요. 🧵재단사: 안감을 안 넣으면 안될 것 같은데요. 형광은 형광대로, 블랙은 블랙으로 넣어주고. 💡디자이너: G와 B만 안감이 들어가고 나머지는 안 들어가도 되지 않을까요? 🧵재단사: 그러면 안될 거 같아요. 다 넣는 게 좋을 듯해요.

설명이 끝나고 재단사님께서 가위로 필요한 부분을 잘라내고 계세요. 가위가 엄청 잘 들어요.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까봐 퇴근하실 때 숨겨 놓고 가신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