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용>이 2022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어요. '반걸음'이라는 주제로 오는 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되는 이번 도서전은 팬데믹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게될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는데요. 그 고민 중 하나가 바로 환경 문제에요. 이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가 바로 지난 3일 마련됐어요. 고금숙(사진 왼쪽부터) 알맹상점 공동대표, 유동주 서스테이너블 해빗 대표, 안현석 위미트 대표 등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본 '지속가능하게 반걸음 앞서 살기' 세미나에선 어떤 얘기가 나왔을까요?
먼저 토론 참가자를 소개해드릴게요! 알맹상점은 이제 지구용 독자님들에겐 너무 익숙한 곳이죠? 국내 최초의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을 만들고, 지금까지 이끌어 온 고금숙 공동대표님이 토론에 참석하셨어요. 위미트는 버섯으로 대체육을 만드는 회사에요. 속세의 맛을 갓벽하게 재현한 버섯 치킨으로 유명하죠. 끝으로 서스테이너블 해빗은 지속가능한 옷을 만드는 회사. 재생플라스틱, 저절로 빠지는 털만 활용해 만든 캐시미어 제품 등을 판매 중이에요. 단지 이런 제품을 만들어 팔 뿐 아니라 다시 수거해 재활용하는 순환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고 계시더라고요.

서울국제도서전 한켠에 마련된 ‘반걸음’ 부스. 페이퍼팝, 플라스틱방앗간, 다시입다연구소, 119레오 등 지구용에서 소개드렸던 많은 브랜드들과 기후변화, 차별 등에 대해 다룬 책을 만날 수 있어요! 꼭 들러보시길.
이런 행사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공식 인터뷰나 책에서는 보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것! 이번 토론에서도 친환경 브랜드를 만들고 키워온 대표님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웃픈 TMI가 쏟아졌어요.
유동주 서스테이너블 해빗 대표는 친환경 의류 제작의 어려움을 토로했어요. 유 대표는 “원단 시장에 가서 재생 섬유를 사와 옷을 만들면 편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무엇으로 재생 섬유를 만들었는지, 어디에서 가져온 원료를 썼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 진짜 친환경적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직접 만들려고 하다 보니 어려움이 정말 많았다”고 전했어요. 만든 옷을 다시 수거해 재활용하려 할 때, 색깔이 뒤섞이다 보니 색깔을 빼는 탈염 작업 등 또 다시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것이 고민스러워 옷에 큐알 코드를 붙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흥미롭더라고요. 같은 소재, 같은 색의 옷에 같은 큐알코드를 부여해 더욱 친환경적인 재활용이 가능하게 한 거죠.
안현석 위미트 대표님은 ‘완벽한 고기’에 대한 환상을 버렸다고 말씀하셨어요. “소고기나 닭고기가 완벽한 고기일까요? 그저 익숙하기 때문이지 꼭 그런 건 아니거든요. 저는 이제 대체육이 꼭 100% 고기와 똑같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는 동물육이 대체육보다 더 어색하게 느껴지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고금숙 알맹상점 대표님은 알맹상점 초창기의 일화를 많이 들려주셨어요. 오히려 마트보다 심한 전통 시장의 비닐 봉투 남용 문화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상인들에게 내용물 확인이 쉬운 투명 봉투로라도 바꾸자는 제안을 했지만 중년 남성들이 장을 보고 투명 봉투를 들고 가면 민망하다는(?) 이유로 상인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는 웃지 못할 사연이 있었더라고요. 여전히 아쉬운 점은 많고 가야할 길도 멀지만, 지난 수년 간 시민 의식도 많이 개선되었다는 게 대표님들의 의견.
대표님들의 발표 후 이어진 관객과의 질의응답에선 “정말 친환경에 진심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질문이 많이 나왔어요. 한 관객은 “친환경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진 건 좋지만 그린워싱도 많아졌다”며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그린워싱을 구분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어요. 고금숙 대표님은 “일회성인가 지속적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따져봐야할 것 같다”며 “하지만 나는 그린워싱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소수이기 때문이다. 그린워싱을 하는 기업들에게 당근을 제시하면서 조금 더 해보자고 제안하고 더 큰 변화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어요.
“지속가능성에 부정적인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해선 안현석 위미트 대표님의 대답을 소개하고 싶어요. 안 대표는 “내 스스로가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편”이라며 “맛있는 식당, 새로운 식당이 있는데 같이 가보자고 가볍고 편안하게 접근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조언해주셨죠.
아무래도 도서전의 부대행사이다 보니 대표님들의 발표 속에 책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한강의 <채식주의자>도 나왔고 알맹상점의 슬로건인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의 원본(?)인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에 대한 얘기도 했어요.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문구 하나를 소개할게요. 고금숙 알맹상점 대표님의 픽인데요. 소설 <멋진 신세계>의 한 구절이래요.
“개인이 감동하면 세계가 휘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