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둔 병뚜껑들에게 이별을 고하는 에디터
현재 바다에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1.5억톤. 매년 바다로 흘러가는 플라스틱 쓰레기 800만톤. 그리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500년. 어마무시한 숫자 앞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고 시작된 프로젝트가 있어요. 바로 '프레셔스 플라스틱'. 누구든 쉽게 폐플라스틱 업사이클링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의 글로벌 프로젝트에요. '프레셔스 플라스틱 서울'은 서울환경연합이 운영 중(홈페이지)이고요.
프레셔스 플라스틱 서울의 본거지(?)가 바로 서울 성수동 플라스틱 방앗간이에요. 들어본 용사님들 꽤 많으시죵. 병뚜껑처럼 재활용이 어려운 작은 플라스틱을 분쇄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분쇄기랑 사출기 등이 갖춰진 공간이에요. 이 곳을 참새처럼 드나들며 플라스틱 병뚜껑을 모으는 사람들을 '참새클럽'이라고 불러요.
폐플라스틱을 녹여 원하는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사출기.
참새클럽이 되는 방법은 간단. 에디터처럼 병뚜껑을 모아서 플라스틱 방앗간 방문 예약(10월 방문예약은 조만간 열릴 예정! )을 해요. 그리고 정해진 날 플라스틱 방앗간에 가서 모은 플라스틱을 전달하고 리워드를 받아오면 돼요. 리워드는 튜브짜개랑 이것저것 벽에 걸어둘 수 있는 후크 중에서 고를 수 있어요. 에디터는 튜브짜개를 득템. 남은 치약 박박 긁어서 쓸 때랑 고양이 간식 줄 때 은근 필요했는데 사기는 뭣했거든요.
순식간에 임무를 완수하고 플라스틱 방앗간을 잠시 둘러봤어요. 좁은 공간이지만 꽤 알차요. 플라스틱 분쇄기와 분쇄된 플라스틱 알갱이가 잔뜩 담긴 박스를 실제로 볼 수 있었어요. 분쇄된 플라스틱을 녹여서 치약짜개를 만들 수 있는 사출기도 신기하더라고요. 참새클럽이 물어온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판재도 눈에 띄었어요. 현장에 계신 활동가님께 여쭤보니 한 장당 1.3kg어치의 분쇄플라스틱으로 만든 녀석이라고. 폐플라스틱 무늬가 추상화 같기도 해서, 인테리어용으로 상당히 활용도가 높을 것 같았어요.
참새클럽에게 주어지는 리워드(위쪽)와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판재(바닥쪽).
에디터가 찾아간 날,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쓸 법한 커다란 봉지에 병뚜껑을 잔뜩 담아 오시는 한 참새님을 목격했어요. 정말 참새클럽의 에너지가 대단한 것 같더라고요. 실제로 지난 참새클럽 시즌 3(2021년 3월) 참가자 수만 4,800명이었고 무려 2,200kg의 플라스틱이 모였다고 해요. 참새클럽이 물어오는 양이 업사이클링되는 양보다 더 많다고. 그래도 활동가님들이 크라우드펀딩, 브랜드 콜라보 등으로 폐플라스틱의 길을 넓히는 중이니까 용사님들도 힘 좀 써주세요. 플라스틱방앗간 인스타그램에서 소식 체크하면 좋을 것 같아용.
폐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물건들. /사진=프레셔스 플라스틱 홈페이지
부록으로 성수동의 다른 제로웨이스트&친환경 핫플레이스 소개할게요. 먼저 중고옷, 신발, 가방, 접시와 찻잔까지 살 수 있는 '마켓인유'. 예전에 망원점에서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원피스를 말도 안되는 가격에 득템한 기억이 있었는데, 성수에도 마켓인유가 있더라고요. 1, 2만원대에 쌩쌩한 옷을 살 수 있는 훌륭한 곳...! 패션산업이 전세계 폐수 배출량의 20%, 탄소배출량의 8%(항공&선박 운송의 탄소배출보다 많음)를 차지(2019년 UN 발표)한다는 얘기 들어보셨죵. 새 옷을 덜 사게 도와주는 마켓인유 같은 곳이 소중한 이유예요.
성수동 마켓인유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는 옷들.
그리고 성수동에는 정말 유명한 제로웨이스트샵인 '더피커'뿐만 아니라 에코라이프스타일샵 '30밀리스토어(인스타그램)', 최근에 새로 문을 연 '원점(인스타그램)'도 있어요. 비건 식당, 비건 카페도 좀 있는 편이고요.
에디터가 가본 곳은 비건 옵션 식당인 '칙피스'랑 비건 베이커리가 일부 갖춰진 카페 '루프'. 특히 칙피스는 한 번 먹어보곤 정말 애정하게 된 곳이에요. 루프는 개인적으로 맛있진 않았는데 어마어마하게 넓은 카페(1~3층에 루프탑까지)니까 딱히 찍어둔 곳이 없을 때 한 번 가보셔도 될 것 같고요. 플라스틱 방앗간부터 시작해서 성수동 지구용사 코스 만들어보는 거 어떠세용? 흡족한 하루 보내시길요.
by 생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