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요즘 유럽은 원전 때문에 시끌시끌해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새로 원전 6기를 짓겠다고 했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녹색분류체계' 초안에서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했어요. 티에리 브르통이라는 EU 집행위원은 "2030년까지 기존 원전에 500억 유로(약 68조 원)를 투자해야 하고, 새 원전에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어요. '유럽=친환경'이라는 이미지인데 이런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한국에서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고요.

• 유럽연합의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는 무엇

유럽만 그런 것도 아니에요. 미국 주정부들 대다수가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원전 투자를 재개하겠다고 했어요. 일본도 '탈탄소 클린 에너지'에 원전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요. 다만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의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원전을 더 지을 계획은 당장은 없어요.

찬성론과 반대론, 또 미묘한 입장들

원전 찬성론의 근거는 이래요. 원전은 탄소배출량이 석탄의 1.4%(=태양광보다 적음)밖에 안 돼요. 그리고 원전을 지을 때 필요한 면적도 태양광의 169분의 1, 풍력의 37분의 1밖에 안 되구요.

원전 반대론의 주된 근거는 원전 사고 가능성이에요. 예를 들어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 발생 후 10년이 지나서도 방사성 오염수가 새고 있고, 체르노빌은 1986년 원전 폭발 후 36년째 폐허나 다름없고요. 이런 리스크가 녹색분류체계 초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에요. 환경 측면에선 원전에서 배출하는 뜨거운 물(온배수)이 문제예요. 바닷물 속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시켜서 지구온난화에 기여하거든요.

기본적으로 찬반 근거는 이렇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찬성론자들이 "원전은 친환경"이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에요. EU도 '탄소감축을 위한 과도기적인 해결책'으로 원전을 지목한 거거든요. 보다 안전한 원전을 위한 엄격한 조건도 달았어요.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자금·부지가 있는 경우에만 원전 투자가 가능하다는 내용이에요. 구체적으로는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최종 처분시설을 지어서 운영할 세부 계획이 있어야 하고, 사고 저항성 핵연료를 사용해야 하고, 방사성 폐기물 관리와 원전 해체를 위한 자금도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고준위'나 '사고 저항성 핵연료'가 무슨 말인지 잘 몰라도 감이 잡히시죠? 어쩔 수 없이 필요해서 원자력발전소를 지을 수는 있지만, 폐기물을 완벽히 처리할 수 있어야 하고 발전소 해체 단계까지 감안해서 돈과 계획을 마련해 둬야 한다, 는 의미. 그래서 원전 업계가 오히려 불만이에요. 유럽원자력산업협회(FORATOM)에서 '고준위'랑 '사고 저항성 핵연료'에 대해 "이대로는 어떤 업체도 EU의 녹색분류체계에 낄 수 없다"며 기준을 바꾸자고 주장할 정도.

정치적 논쟁으로 번진 원전

탄소 감축을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름 설득력이 있어요.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 0'이라는 EU 목표를 달성하려면 태양광, 풍력으로는 부족하고 원전에도 의존해야 한다는 거예요. 신규 원전을 짓겠다고 한 마크롱 대통령도 "원전이 최고의 해결책은 아니지만,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면 탄소배출이 가장 적은 원전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고요.

양쪽의 주장이 첨예하다 보니 이제는 과학적 논쟁이 아니라 정치적 논쟁으로 번진 상태예요. 프랑스는 전력 생산량의 70%가 원전이라 원전을 매우매우 찬성하는 입장. 폴란드, 체코, 핀란드도 원전 찬성파구요. 반대파는 독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등이 꼽혀요.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 의견 수렴을 거쳐 조만간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에요. 다수가 '원전=친환경'에 찬성하면 EU 법에 반영돼서 2023년에 발효된대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발전 비중(그래프 중 빨간색)을 급격히 줄인 일본. /자료=세계은행

여기까지 읽어보신 용사님 생각은 어떠세요? 저는 당장의 이득 때문에 미래의 위험을 감수하기가 꺼려져요. 1979년 미국 쓰리마일 섬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본은 '우리 원전은 훨씬 안전하다'고 자신했어요.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이어지는 건 막지 못했죠. 우리나라는 지진도 잘 없고 기술력도 훌륭하지만 '사고 0'는 신이 아닌 이상 장담할 수 없어요. 당장 폐쇄할 수 없는 기존 원전들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새로 짓는 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예요.

🎁[참고]우리나라 대선 후보들의 원전 공약이 궁금하다면? 기사 읽기

by 생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