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결국 보증금 돌려 받았다 그리고 소송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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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서 등기국에 기입등기 촉탁서를 발송하기 전까지 적지 않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5월 3일 집주인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통화를 하고 싶다"고. 임차권 등기 명령 신청을 하겠다고 3월쯤 통보했고, 지급명령에도 꿈적 않던 집주인이 갑자기 전화 통화를 하자고 하니 의아했습니다. 그동안 법원에서 임차권 등기 결정정본을 집주인에게 수차례 송달했지만 번번히 '폐문부재' '주소불명' 등의 이유로 전달되지 못하기도 했고요.

2년 전 일이라 통화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하지만 그 뒤 집주인과 문자로 대화한 것을 두고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임차권 등기를 진행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었을 듯합니다.

💸돌려주겠다는 건지 못 준다는 건지....집주인은 오락가락

집주인과 통화 후 문자로 '보증금 1억9,000만원 및 반환 지연에 따른 이자 일할 계산 후 전체 금액을 반환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왜 지연이자를 포함시켰냐구요? "분명히 보증금만 받지 너도 돈에 눈이 멀었구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집주인이 보증금을 제 때 반환하지 않아 대출을 받았고, 지급명령, 임차권 등기 명령 신청 등에 소요된 비용까지 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급명령 결정문에도 지연 이자를 내라는 내용이 있기도 했구요. 물론 제 입장이었구요. 집주인이 동의를 하지 못한다면 협의를 해야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문자를 보냈었습니다.

바로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또 집주인은 연락이 없었습니다. 하아~ 그러면서 또 나흘이 흘렀습니다. 5월 7일 집주인이 전셋집 매물을 맡긴 공인중개사무소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습니다. 집주인이 돈이 없다며 당장 보증금 전체를 반환하지 못한다고 하네요. 일부(1억원) 변제 후 나머지(9,000만원)는 이후에 갚겠다는데 동의하냐는 내용이었습니다. 1회에도 썼지만 일부 변제도 저희는 받아들일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대출 받은 돈이야 이자를 내면서 버티면 됐지만 지인들에게서 빌린 돈은 무한정 상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빌릴 때 "한 두 달 안에 이자까지 포함해서 갚겠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임차권 등기와 보정서 쓰는 법

임차권 등기 명령은 보통 세입자가 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한 채 기존 전셋집에서 나와 이사를 할 경우(전출신고)에 세입자의 대항력이 사라지기 때문에 신청하는 겁니다. 그런데 임차권 등기 명령 신청을 한 뒤 실제 등기 명령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에디터의 경우 거의 한 달 보름이 걸렸죠. 등기부 등본에 임차권 등기가 기입되기까지는 전출 신고를 하면 안됩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집을 사서 가는 경우라면 상관이 없는데 다른 전셋집으로 이사를 갈 경우 신규 전셋집의 대항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입신고를 해야 하니깐요. 이럴 때는 기존 전셋집에 자신이나 동거인(제 경우에는 아내)을 남겨두고 혼자 전출신고를 하면 됩니다.

기존 전셋집에서 전출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법원에서 보정(보완 및 수정)명령이 나옵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보정서 쓰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요청도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참고하시라고 당시 법원에서 나온 보정명령서와 제출한 보정서의 내용을 붙여두겠습니다. 법조계에서 쓰는 단어를 쓰거나 형식이 딱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니 어려워하지 말고 현재 상황을 보정서에 그대로 설명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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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상의하고 변호사 친구와 얘기를 한 뒤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렇게요.

1. 일억원을 먼저 입금해 줄 날짜와 함께 나머지 원금 및 지연이자 반환일을 정해줄 것. 2. 지연이자는 완전 반납일 기준으로 일할 계산 3. 위의 내용을 공증할 것 4. 공증이 완료되면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취하하겠음.

변호사 친구가 잔금 반환일을 명시하고 꼭 공증을 받아두라고 하더군요. 1억원을 먼저 갚고 나머지 금액 반환을 차일피일 미룰 수 있다면서. 만약에 반환이 계속 지연되고 이를 못 참고 세입자가 지급명령 등을 다시 진행할 경우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고, 아울러 집주인이 이미 반환 의사를 밝힌 만큼 법원에서도 무조건 세입자 손을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그 때를 위해서라도 합의한 내용에 공증을 받아두면 나중에라도 법적인 효력이 생긴다고 하더군요.

급하게 연락하던 것과 달리 문자를 보낸 후 또 하루 동안 연락이 없더군요. 답변을 달라고 문자를 다시 보냈습니다.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나 이런 내용의 문자가 왔습니다. "전세계약 잔금 여입여부를 불안해 하는 건 당연하다. 임차권 등기해서 권리보전하라." 잔금 반환일을 확정해주지 못하고, 공증도 못하니 그냥 임차권 등기 설정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1억원을 먼저 갚을테니 잔금은 줄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과 다름이 없었구요. 집주인과의 합의가 무산되고 법원의 사건 진행 상황을 살펴봤더니 드디어 법원이 등기국에 임차권 등기를 등록해달라고 촉탁서를 발송했더군요. 이제 민사소송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아내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나홀로 민사소송'을 하기 위해 자료를 뒤적이고 있었죠. 마지막 연락을 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집주인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돈을 돌려 주겠답니다. 으잉? 갑자기? "방금 전까지 돈 없으시다면서요"라고 물었더니 "대출도 받고" 이러면서 명확한 답을 하지 않네요. 사실 그 말에 더 화가 나더군요. 충분히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이 지금까지 이렇게 미뤄왔는지 당최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한창 갈등이 심할 때 제가 "대출이라도 받아서 주셔야죠"라고 했을 때 "대출받을 여력도 없다"고 하셨으니까요. 결국 자신은 보증금을 돌려주면서 아무런 손해를 부담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밖에 읽히지 않았습니다. 거기서 따지고 물으면 '싸우자'는 얘기밖에 안되니 그냥 계좌번호를 보내줬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안 일인데, 임차권 등기 설정이 진행 중이니 신규 세입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매물을 보고 간 희망 세입자가 임차권 등기가 걸려있으면 계약을 못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제게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그렇게 2019년 절반 가까이를 괴롭히던 전세보증금 문제는 우여곡절 끝에 해결된 줄 알았는데…하아~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역시나 마지막까지 보증금을 받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보내준 계좌번호에 입금하기만 하면 되는데 제가 세입자 본인임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본인이 가능한 시간에 맞춰서 전세계약서를 들고 와서 중개사무소에서 직접 만나자고 요구하더군요. 일하던 중간에 헐레벌떡 집에 들러서 전세계약서를 챙겨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집주인은 와있지 않더군요.(허허허) 게다가 제 돈을 계약에 따라 돌려 받겠다는 것일 뿐이었지만 집주인 대신 나온 공인중개사에게는 "젊은 사람들이 돈 가지고 빡빡하게 구는 거 아니다"라는 훈계를 듣고 나서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 임차권 등기를 취하해줬습니다.

취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보다 더 쉽습니다. 전자소송 사이트에 가서 서류제출→민사서류(소취하서)를 클릭한 뒤 사건번호를 입력하면 됩니다. 그리고 소취하서에 더 필요한 내용은 이렇게 법원에서 또 다시 보정명령을 보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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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안 돌려준다면…이건 알아두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