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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도 철새보호구역이 있단 사실, 알고 계셨나요? 안양천, 중랑천, 청계천 세 곳이에요. 그런데 서울시가 자꾸 이 곳에서 공사를 하고, 나무를 잘랐대요. '하천정비공사'가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왜 하필 철새들이 날아드는 겨울에 공사를 하고, 나무와 풀을 잘라서 새들의 휴식 공간을 없애는 걸까요. 그래서 서울환경연합 등이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 초까지 조사를 벌였어요. 철새들이 얼마나 보호구역을 많이 방문했는지, 잘 머물렀는지 기록하고 조사해서 과거와 비교한 거죠.

/서울환경연합

2020-2021년 조사에선 48종 1115개체, 이번 조사에선 40종 1592개체가 목격됐어요. 철새보호구역에 날아오는 개체수가 늘어났으니까 좋은 일 아니냐고요? 개체수는 늘었는데 종류가 줄어든 게 걱정거리래요. 생물다양성이 줄었다는 의미니까요.

예를 들어 고방오리. 고방오리는 주로 무척추동물을 먹는 철새래요. 그런데 예년에 비해 철새보호구역에 늦게 나타나서 빨리 사라져버렸대요. 안정적으로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자꾸 날아다니는 모습도 목격됐고요. 반면 식물성 먹이를 주로 먹고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들은 과거 대비 더 많이 보였구요. 2020년 10월 진행된 안양천 정비공사가 이 구역에서 겨울을 보내는 일부 종의 새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걸로 추측돼요. 공사가 이 지역의 먹이 종류를 바꿔 놓고 새들의 은신처를 훼손한 거죠. 올해도 어김없이 오목교 하부 등의 하천 정비공사가 진행됐고, 이 곳으로 날아오는 고방오리 등의 물새류 개체수가 줄었대요.

쉽게 말하자면, 하천정비공사도 아무렇게나 해선 안 된다는 거예요. 새들에 미칠 영향, 새들의 먹이인 양서류나 무척추동물에 미칠 영향까지 심사숙고해야 된다는 이야기. 그리고 철새들이 날아오는 겨울철엔 공사를 하지 말아야 할 거고요.

고방오리. /서울환경연합

그리고 시민들을 위해, 혹은 좋은 의도로 한 일들이 새에게는 불행일 수 있단 사실을 알았어요. 천변 산책로, 고양이집 설치가 철새를 쫓아낸대요. 산책로가 천변에 만들어지면 물새류가 하천변으로 가까이 오질 못한다고. 물새들도 하천변 풀숲 속에서 쉴 때가 있는데 그러질 못한다는 거죠. 또 일부 보호구역은 미관을 위해 가지치기를 한다거나 새로 나무를 심는다거나 죽은 풀을 싹 잘라낸다거나 하는 작업도 이뤄지는데, 새의 입장에선 슬픈 일이래요. 새들은 나뭇잎사귀 속에 숨어서 먹이도 찾고 쉬기도 하는데, 가지치기를 하거나 풀숲을 (사람 보기에) 단정하게 깎아버리면 그만큼 있을 곳이 줄어들거든요.

시민조사단에 참여한 이정숙 북부환경정의중랑천사람들 대표님은 “죽은 풀도 다 새들의 먹이가 될 수 있는데 시민 민원 때문인지 없어졌다”고 하셨어요.

목동교 근처 호안블럭 공사. /서울환경연합

이어지는 이정숙 대표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정말 다채로운 철새들이 서울에서 관찰된단 사실에 놀랐어요. 매, 참매, 큰부리까마귀, 원앙, 멧도요, 흰죽지, 맹금류인 말똥가리까지. 말똥가리는 의외로 수고롭지 않게 찾아볼 수 있대요. 까치랑 까마귀가 요란스럽게 날아다니면서 쫓아다니는 새가 보통 말똥가리래요. 맹금류지만 철새다 보니 철새보호구역 터줏대감인 까치, 까마귀에게 쫓겨다니기 일쑤래요.

그렇게 새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우리가 지금 뭘 하는 거지?”싶어졌어요. 우리만 사는 도시가 아닌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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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아주 느리게 나마 변화는 이뤄지고 있어요. 그동안 환경보호단체들이 서울시에 꾸준히 문제제기를 했고, “✅불필요한 제초작업 자제 ✅공사 후 생태환경 보전대책 마련 ✅겨울철새 모니터링 사업에 시민과학자 참여 ✅안양천 민관협의회 운영 필요성 인지 ✅중장기적으로 도심 생물다양성 증진이란 관점에서 검토할 것”이란 답변을 받을 수 있었대요.

하천변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 산책로 때문에 철새들이 쫓겨난단 생각은 미처 못 했을 것 같아요. 이런 걸 교과서에서도, TV 예능에서도 널리 알려야될텐데...라고 여기서라도 우리 같이 한탄해봐요😢 그래도 이제라도 알았으니 계속 관심 가져야겠어요. 최영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님의 한 마디로 끝맺을게요.

<aside> 💡 “지역사회가 점점 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조사하고 데이터를 쌓고, 더 많은 시민들이 바라고 원하게 되면 나중에는 시민들이 생태계 보호에 참여할 거버넌스(소통과 실천의 시스템)도 강화될 거예요. 그런 면에서 이런 활동을 이어나가는 게 정말 중요해요.”

</aside>

by 생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