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컬테이블의 초밥 세트. 총 4인분이니 양이 많다고 놀라지 마세요.

에티컬테이블의 초밥 세트. 총 4인분이니 양이 많다고 놀라지 마세요.

생선이 안 들어간 초밥은 어떤 맛일까. 불쌍하게 죽어가는 바다 생물🐟을 걱정하는 비건도, 맛이 우선인 육식주의자도 모두 만족할 수 있을까? 5월 어느 화창한 오후, 비건 초밥을 맛보려고 경기도 성남시 ‘에티컬테이블’로 향하는 내내 에디터의 머릿속에 든 생각이에요. 생선회와 초밥을 사랑하는 에디터 입장에서 비건 초밥은 ‘맛’보다 ‘신념’을 위한 음식이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직접 먹어보기 전까진 모르잖아요. 비건 초밥이 궁금한 지구 용사님들을 위해 미각과 후각을 총동원해봤어요.

💐총천연색 비주얼에 반하다

에티컬테이블의 초밥 세트 한상.

에티컬테이블의 초밥 세트 한상.

일단 다양한 초밥을 맛볼 수 있는 세트를 주문했어요. 비건 초밥 8종과 토핑 유부초밥 3종, 샐러드, 국으로 이뤄진 세트 가격은 2만3,000원. 시작은 샐러드부터. 상추와 미역의 콜라보라는 생소한 조합의 시큼한 샐러드가 입맛을 돋웁니다.

비건 굴튀김(👉느타리버섯)

비건 굴튀김(👉느타리버섯)

이어서 사이드로 시킨 '비건 굴튀김' 차례. 굴 대신 느타리버섯을 넣은 튀김인데 튀김옷 속 느타리버섯의 촉촉함이 미끄덩한 굴과 비슷한 느낌이라 놀랐어요.

다음은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초밥 세트가 한상 쫙 차려지자 자동으로 “와”하는 탄성이 나왔답니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등 화려한 총천연색 비주얼에 일동 눈길 고정👀 평소 식당에서 음식 사진 찍길 극도로 싫어하는 에디터도 조용히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 말았어요.

🍙참치 없는 참치 초밥, 장어 없는 장어 초밥의 맛

위부터 연어 없는 훈제연어(당근), 참치 없는 절임참치(파프리카), 명란 없는 명란마요(아마란스), 장어 없는 장어(가지), 녹황색 채소, 오징어 없는 오징어(곤약), 숯불구이(식물성 고기), 연어 없는 훈제연어(당근).

위부터 연어 없는 훈제연어(당근), 참치 없는 절임참치(파프리카), 명란 없는 명란마요(아마란스), 장어 없는 장어(가지), 녹황색 채소, 오징어 없는 오징어(곤약), 숯불구이(식물성 고기), 연어 없는 훈제연어(당근).

처음 집어든 초밥은 당근으로 만든 훈제연어. 근데 어랏? 분명 당근🥕인데 연어회의 훈제 향이 훅 들어오네요. 식감의 차이만 빼면 진짜 훈제연어 초밥의 맛이 느껴졌어요. 다음 타자는 새빨간 파프리카로 만든 참치 초밥. 오래 삶아 흐물흐물해진 파프리카는 입에 넣자마자 진짜 참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사르르 녹아요. 명란마요 초밥은 아마란스를 사용해 명란의 톡톡 터지는 식감을 살렸대요. 좁쌀보다 작은 크기의 곡물인 아마란스는 영양소가 풍부해 ‘신이 내린 곡물’이라고도 불린다고. 가지🍆로 만든 장어 초밥은 데리야끼 소스로 장어구이 특유의 맛을 살렸지만 흐물흐물한 가지의 식감 때문에 솔직히 장어 초밥 같은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어요. 오징어🦑 없는 오징어 초밥은 곤약을 얹었네요. 미끌하고 쫀득한 곤약의 식감이 이 정도로 오징어와 비슷한지 처음 알았어요. 이건 정말 진짜 오징어?!라고 착각할 정도.

에티컬테이블의 초밥 세트

에티컬테이블의 초밥 세트

이번에는 대체육으로 만든 고기 초밥 순서예요. 써브웨이의 대체육 샌드위치에 들어갔던 ‘언리미트’의 식물성 고기를 썼대요. 롯데리아와 버거킹의 온갖 대체육 버거를 섭렵했던 에디터에게는 고기 초밥의 대체육이 훠월씬 맛있고 진짜 고기 같았어요. 다음 차례로 토마토🍅로 만든 참치 초밥 2종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껍질을 벗겨 익힌 두툼한 토마토를 얹은 참치 초밥은 입에 넣자마자 녹아 내리는 참치의 식감을 비슷하게 재현했네요. 원래 다진 참치살로 만드는 ‘네기 토로’에는 잘 다진 토마토가 들어가 있어요. 먹다 보니 이게 다진 토마토인지 다진 참치살인지 헷갈릴 정도에요. 정말 토마토를 씹으면서 참치를 느낄 날이 올 줄을 몰랐어요.

식감과 맛 다 잡은 토핑 유부초밥🥢

에티컬테이블의 토핑 유부초밥. 왼쪽부터 참치 없는 참치마요(견과류), 고기 없는 미트소보로(식물성 고기), 달걀 없는 스크램블드 에그(단호박).

에티컬테이블의 토핑 유부초밥. 왼쪽부터 참치 없는 참치마요(견과류), 고기 없는 미트소보로(식물성 고기), 달걀 없는 스크램블드 에그(단호박).

다음은 비건 초밥 체험에서 가장 놀라움을 줬던 유부초밥. 요즘 백화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핑 유부초밥 스타일인데요. 먼저 참치 없는 참치마요 토핑 유부초밥부터 한입. 참치 대신 아몬드, 해바라기씨 등 견과류를 갈아서 얹었다는데 왜 익숙한 참치마요의 맛이 나는 걸까요. 완전 신기. 이어서 달걀🥚 없는 스크램블드 에그 토핑 유부초밥. 단호박과 연두부로 스크램블드 에그를 만들었다는데 맛과 질감 모두 살짝 덜 익힌 스크램블드 에그 그 자체였어요. 모르고 먹으면 달걀로 착각할 정도. 세 번째 고기🥩 없는 미트소보로 토핑 유부초밥은 식물성 고기인 ‘브이민스’를 썼어요. 숯불향 입힌 고기 맛과 고기 씹는 느낌에 놀라움의 연속이네요. 먼저 맛본 생선 없는 초밥이 식물성 재료로 생선 초밥의 모양이나 식감을 재현하는데 치중한 느낌이라면 토핑 유부초밥은 모양과 식감은 물론 맛까지 깜짝 놀랄 정도로 복사해 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도 고통받지 않는 윤리적 식탁

에티컬테이블의 철학을 표현한 주방 가림막

에티컬테이블의 철학을 표현한 주방 가림막

비건 초밥을 배불리 먹고 나오는 길에 주방 가림막에 쓰인 글귀가 눈에 들어왔어요. ‘동물과 지구 그 누구도 고통받지 않는 윤리적 식탁’. 이 식당의 지향하는 바를 표현한 말 같아요. 솔직히 채식에 이제 막 도전하는 육식주의자 입장에서 비건 음식의 맛이 조금 걱정됐던 게 사실이에요. 비건 초밥 역시 생선 초밥에 비해 맛이 덜할 것이란 선입견도 있었고요. 하지만 비건 초밥을 먹고 나서 식물성 재료로 만든 초밥도 충분히 맛있고, 굳이 비건 재료로 생선 초밥의 맛을 흉내 낼 필요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근, 파프리카, 가지, 토마토 등 채소🍅 본연의 맛과 초밥의 조화를 즐기면 되거든요. 한 마디로 ‘에티컬 테이블’은 육식주의자와 채식주의자가 사이 좋게 한 자리에서 초밥을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초밥 외에 다양한 비건 음식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감 뿜뿜!😊